스포츠와 문화
스포츠는 ‘질레’가 말한 것처럼 ‘격한 육체활동’, ‘투쟁’, ‘놀이’의 3요소이긴 하나, 시대와 민족에 따라 이 3요소의 어느 것인가에 중점이 두어져 스포츠의 성격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 희랍에서는 주로 체위의 향상, 즉 육체적 활동이라는 점에 중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등장한 그리스도교는 육체를 천히 여기고 영혼의 구제를 중히 여겼기 때문에 스포츠 발생의 여건은 이룩되지 않았고, 다만 기사들의 실전 그대로의 창기술 경기와 같은 형태가 스포츠적인 일부 요소를 보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보통 사람은 스포츠와 단절된 상태에 놓였다고 보아진다. 환언하면, 이 시대는 육체적 활동이나 훈련이나 체위의 향상보다는 투쟁, 무술 그 자체가 본질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스포츠에 놀이(유희)라고 하는 성격을 불어 넣고 그 요소를 강조한 것은 근대 스포츠의 발상지라 할 영국이었다.
‘스포츠맨십(Sports ManShip)’이라는 말이 생기고 ‘아마튜어리즘’이 강조돼 스포츠는 그제서야 세 가지 요소가 종합된 완전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하였던가. 우리에게는 육체적 활동을 천히 여기는 그리스도교는 없었으나 격한 육체적 활동을 수반하는 ‘놀이’, ‘유희’를 극도로 싫어하는 유교 사상이 있었다.
모든 행동거지는 장중하여 왕의 거동에는 병자에게나 해야 할 부액을 하고 사대부에 있어서는 극히 한정된 사람들의 궁술 정도였다. 그것도 한량이라고 불리워지는 한정된 사람들이었고 호반인 무인들이나 전투기술 연마를 하였을 뿐이다. 물론 서민 사회에서는 씨름, 고싸움놀이, 풍물굿 등이 없었던 건 아니나, 이는 명절, 축제 등 특별한 경우의 한시적인 것이었으며, 더러는 선비들 중에서 양생이라고 하는 맨손체조 비슷한 것이 행해졌다 하나 이 모든 것을 두고 과연 스포츠라고 해야 할지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이밖에 무반들이 익힌 창, 궁, 검술 등은 그들만의 것이어서 일반에게 전파되지 않은 폐쇄적인 것이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에서의 스포츠는 민족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러는 아니다 ‘택견’이 있었고’유술’이 있었으며 ‘궁술’, ‘기마’ 검술이 있었다고 하는 체육학사가의 설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무술이지 서민의 것은 아니었고 다만 나타난 현상을 스포츠사에다 갖다붙이는 결과일 뿐이다.
다만 궁술은 양반 계층에, 씨름, 그네, 널뛰기 등은 민중 속에 꽤 널리 보급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 해서 이들 놀이가 근대 우리나라 스포츠에 크게 영향을 준 적은 없다. 다만 놀이를 좋아하는 기질 그 자체만은 현대에 적지 아니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풀이는 가능하다.
스포츠와 관중
이야기를 다시 되돌려 경기장으로 돌아가겠다. 과연 축구나 야구경기장에서 흥분하는 군중은 무엇일까?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 자체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람하는 행위그 자체를 두고 스포츠에 참가한다고 한다면 분명 강변일 게다. 그러나 이제 스포츠는 그 본질을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는 스포츠(Do sports)’에서 ‘보는 스포츠(See sports)’로 말이다. 이 질적 변화는 오래 전부터 현저하게 나타났다.
그 경항을 ‘호이징거’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스포츠의 조직화와 훈련이 쉴새 없이 강화되어 감과 함께, 순수한 놀이 내용은 상실되어 간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분리가 진행되고 프로에 더욱 큰 비중이 걸리게 됐다. 그러나 프로 경기자에게는 참다운 놀이·유희 정신이 없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즐긴다는 편안함, 즉 리렉스(Relax)가 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현대사회생활 속에서 역설적으로 스포츠를 놀이의 세계에서 내쫓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담없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오늘날에 와서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 아닌 스포츠를 보는 사람의 몫이 돼버린 것이다.
오늘날, 스포츠는 그라운드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행해진다. 관중이 스포츠맨이 된 것이다.
한다는(Do)것이 빠진 채 말이다. ‘아멜’ 의 저 놀라움은 실은 질적으로 변화한 현대의 스포츠에 대한 놀라움이었던 것이다.
참조 : 스포츠와 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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