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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현대의 제전

스포츠는 현대의 제전

“어떠한 고귀한 사상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이와 같은 한 장소에 모이게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슨 정열이 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목이 터져라고 소리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어떠한 희망이 어떤 증오가 이들을 이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프랑스의 작가 ‘졸쥬 듀아멜 (Jorge Doumel)이 미국 슈퍼볼의 축구 경기장을 찾았을 때 받은 충격과 경탄을 적은 글의 한 구절이다.

그가 일찍이 보아왔던 중에서도 가장 많은 군중을 그곳에서 보았다. 더욱이 그들은 “거의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식에 의해 모여지고 앉혀져 숨을 죽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경탄하면서 이렇게 쓴 것은 오십년 전의 미식 축구열의 묘사이지만, 스포츠의 관중은 그 후 증가일로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광경을 야구장에서 축구 경기장에서 농구 코트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특히 텔레비전의 보급이 ‘보는 스포츠’의 전성기에 불을 붙인 것이다.

구장의 대관중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백구가 나는 방향을 쫓으면서 희열에 빠지는 것이다. 이제 스포츠는 현대를 사는 인간의 본질에 깊이 관계되는 행사가 되고야 말았다.

‘듀아멜’은 그와 같은 경기장을 직관적으로 ‘현대의 사원’이라고 느꼈다.

이는, 그가 의도적으로 썼건 아니건 간에 스포츠의 본질을 찌른 것이라고 봐야만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그 본질에 있어서 ‘제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원시수렵사회에서는 야생의 동물을 포획하고 나무열매를 채집하여 식생활을 영위하였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지가 발달되지 않은 이들 원시인들로서는 이 수렵과 채과를 제한하는 자연적인 조건이 무엇보다뢰도 두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섬광과 함께 온 세상을 찢는 듯한 낙뢰, 불붙는 광야, 끝없는 강우, 살을 에일 듯한 추위와 폭풍우, 그리고 끝없이 쌓이는 눈. 이 모든 것은 두려움과 공포, 즉 외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였으리라. 이리하여 그들은 자연 앞에 무릎을 꿇고 진노를 달래기 위한 경배의 의식인 제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인류문명 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농경사회에 접어 들면서도 다를 바가 없었다. 풍요를 가로막는 것이란 오직 자연의 위대한 힘임을 아는 그들은 나름대로의 숭배의 대상에다 제례를 올리고 안녕과 풍요를 바라는 의식인 제례행사가 부족이나 부족 국가 또는 초기 국가의 중요한 의식으로 정착되어 간다. 스키타이계(Scythae)의 샤마니즘(Shamanism). 가까이는 일본의 신도의식인 니이나메사이, 간나메사이. 그리고 우리나라의 당신이나 사직단 제례 등이 맥락을 같이 한다.

이와 같은 최고신이나 농업신에 대한 제례가 고대 그리스에서는 최고신 ‘제우스’에 바치는 스포츠 제전으로서 올림푸스 제전으로 나타나고, 이 제전 형식에서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제전 경기, 바로 고대 올림픽 경기가 행해진 것이다.

이 제전 경기에 대해서는 장황한 설명을 피하겠거니와 이 제례는 고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고 모든 감정을 승화 수용하고 용해시키는 기능을 가졌음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고도 산업문명 시대인 오늘날에 그와 같은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무래도 졸쥬 듀아멜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이외에 달리 찾을 수가 없다. 여기에 스포츠가 단순히 즐거움이나 성취감을 제공해 주는 단순성에서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 것이다.

사실 올림픽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앞날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사는 인류가 지구촌의 젊은이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세계의 귀와 눈인 매스컴을 통하여 삽시간에 온누리를 들끓게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힘, 그것을 어찌 원시사회나 고대를 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공통의 ‘카타르시즈(Catharsis)’ 를 형성케 한 제례에다 견줄 수 없다는 것일까. 바로 이점을 졸쥬는 지적했음에 불과하다.

 

참조 : 스포츠가 갖추어야 할 3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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