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체육
근자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와 ‘체육‘이라는 용어를 거의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그렇고 매스컴이 그러하며 스포츠단체까지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 두 용어는 과연 같은 뜻으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스포츠’ 라는 용어를 체육에서 떼어내어 의도적으로 사용하려 했던 때가 있었다.
즉, 제1회 전국스포츠소년대회가 그것이다. 이 대회는 스포츠소년단 창단을 기념하는 대회로서 오늘날의 전국소년체전의 첫 대회였다. 스포츠소년대회라는 명칭을 정하는 데에 반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체육대회가 맞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대상이 국민학교 5,6학년과 중학생이니만큼 이들의 스포츠 활동은 곧 체육(여기서는 학교체육을 의미)교육의 연장이요 평가선에서 고려되고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체육교육이 일단 교문을 벗어 나는 이상, 그것은 스포츠활동이지 체육교육 영역에서는 벗어 나는 것이라며, 스포츠는 스포츠대로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육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스포츠소년대회라고 명칭을 정하고, 스포츠소년단도 독일, 일본처럼 스포츠소년단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제2회 대전 대회 때 당시의 박 대통령으로부터 쪽지가 내려왔다. 스포츠라는 외래어를 미래의 주인공들 잔치에 사용한다는 것은 좋지 않으니 체육으로 고쳐쓰라는 내용이었다. 당시의 정치 상황에서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었다. 그 때부터 모든 스포츠 단체에서 의도적으로 스포츠라는 용어 사용을 삼가게 되고, 정부에서도 스포츠라는 용어 사용은 사라졌다.
뿐만 아니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이 법률 중에서 스포츠라는 외래어는 완전히 배제된 채 모든 시책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원래 외래의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리고 체육이라는 개념 또한 외래의 것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이 논의는 잠시 접어 두고 스포츠와 체육이라는 용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스포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해왔으니 다시 논할 건 없고 ‘체육’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한자어인 이 체육이란 본시 우리 나라에 근대교육제도가 수입되기 시작한 백여 년 전 ‘체조’라는 교과목명으로 들어왔음을 발견한다.
그 당시의 정과목인 체조는 그 교육내용과 수단을 충실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즉, 교육내용이 주로 덴마크체조, 독일체조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내용이 다양해짐에 따라 그리고 교육학의 개념이 발달함에 따라 체조는 체육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고, 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지(智)·덕(德). 체(體)의 조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찌됐든 근대 교육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지금까지 체육은 한 번도 정과 과목에서 제외됨이 없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체육이란 용어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일본의 교육제도에서 받아 쓰여졌고, 중국 또한 몸을 가꾼다는 표의 문자인 체육을 쓰고 있으니 ‘체육’ 그 자체는 큰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교육용어였지 사회일반에서 행하는 스포츠 활동까지를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하기야 우리에게는 스포츠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는 사회상황이었으니까. 스포츠라는 독립된 개념의 용어가 생겨날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체육’을 영어로 표기하면 Physical Education이 된다. 이에 비해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이를 구미 각국에서 보면 Physical Education은 아주 협의로만 사용되어 옴을 본다. 그러나 우리의 진흥법이나 국민체육심의회, 학교 교정 밖의 일체의 스포츠 활동에서도 스포츠라는 용어는 찾을 길 없고, 체육이라는 말에 포괄돼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국민체육 진흥법이 아닌 ‘스포츠진흥법’이요, 정부의 기구인 문부성 체육국도 체육과, 스포츠 · 서비스 제공실, 생애 스포츠과, 경기 스포츠과, 학교 건강교육과로 구성되고 있다.
체육국이라 함은 국민 체육이라는 큰 견지에서 체육국이라 이름하였다는 것이고, 체육과는 말할 것도 없이 학교 체육을 관장하고, 생애 스포츠과란 우리의 생활 체육을 관장하는 부서, 그리고 경기 스포츠과는 스포츠 단체와 국민들이 행하는 스포츠 활동을 관장하며, 거기에다 학교 건강교육과란 주로 학교 보건위생과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체육이라는 용어를 가져다 준 일본도 스포츠와 체육의 개념을 확연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단지 우리와 함께 스포츠와 체육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같은 한자어권에서도 중국과 북한, 그리고 우리뿐인 것이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용어의 융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개념의 혼돈은 저마다가 갖추어야 할 지도이념과 철학을 낳지 못한다. 더욱 의아한 것은 이 문제를 두고 그 어느 학자도 이의 한 번 제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그마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도 없다. 다만 있다면 <스포츠+학교체육=체육>이라는 등식뿐이다. 생각해 볼 문제다.
참고 : 스포츠가 갖추어야 할 3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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